왜 나는 자꾸 모른다고 하는가?
경험하지 않은 건 모른다고 인정하고 배우는 사람이 진짜다. 처음엔 화려한 가짜가 인정 받더라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남는 건 초라한 진짜다.
Oct 28, 2024
흑백요리사 심사위원 두 분은 눈 감고 먹어도 무슨 맛인지 무슨 재료인지 맞춘다. 그들은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책 읽고 공부해서? 시험쳐서?
먹어봤으니까 아는 거다. 그냥 한 두 번 먹은 게 아니라 엄청 많이 먹어봤겠지.
지혜롭게 살아가려면 내가 뭘 아는지, 모르는지 아는 자기객관화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보통 우리의 메타인지는 형편 없어서 내가 실제로 모르지만 안다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실제로 알지만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런 착각 속에서 내가 진짜 아는지 모르는지 판단하기에 가장 좋은 기준은 '경험'이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경험한 것-경험하지 않은 것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1. 경험하지 않은 것 & 안다고 생각하는 것: 착각. 모르지만 안다고 착각하는 것.
2. 경험하지 않은 것 &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당연. 모른다고 인정.
3. 경험한 것 &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잠재 의식에 있음. 뼈와 근육에 저장. 어떤 트리거 (예: 과거 경험과 비슷한 상황) 생기면 아는 것으로 바뀜.
4. 경험한 것 & 안다고 생각하는 것: 실제로 아는 것. 구조화됨. 설명할 수 있음. 재현가능.
그러면 지혜롭게 살기 위해 각 영역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1. 1번: 제거
경험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모른다고 판단해야 한다. 남들이 말하는 걸 들어봤다, 읽어봤다는 모른다는 거다. 백문이 불여일견 (간접경험), 백견이 불여일행 (직접경험)
2. 2번 → 3번 or 4번: 개척
아는 것을 늘리고 싶다면 새로운 경험에 열려있어야 한다. 2번 영역은 미개척 영역이다.
미개척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면 무섭게 느껴진다. 새로움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효과적으로 다루려면 애피타이저 먹듯, 와드 하나 박듯 가볍게 시작하는 게 좋다.
3. 3번 → 4번: 깨달음
새로운 환경에 가면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새로운 자극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면 스스로 무엇을 알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당장 나도 이번에 새 회사 오자마자 에이전시랑 협업하게 되었는데, 회사 오기 전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일했던 경험 덕에 그들의 입장과 상황, 욕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상황이 닥치니 내가 이런 것도 알고 있구나 깨달았지 그 전엔 나도 몰랐다.
경험이 쌓여야만 아는 게 분명히 있다. 보통 이게 본질에 가까운데, 문제는 깔끔하게 정리해서 이야기하기 어렵고 (예: 채소의 익힘 정도) 억지로 정리하면 뻔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예: 체력 키우려면 운동, 영양, 휴식을 잘 하면 된다) 그렇기에 소셜 미디어에서 겉핥기로 알면서 화려하게 떠들어대는 사람이 오히려 인정 받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경험하지 않은 건 잘 모른다고 인정하고 배우려는 겸손함을 가진 사람이 진짜다. 처음엔 화려한 가짜가 인정 받더라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남는 건 초라한 진짜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남들이 뭐라 하던 경험하지 않은 건 쿨하게 '모른다'고 인정하자. 진짜를 알아보려면 나부터 진짜가 되어야 한다. Real Recognize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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