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모호함은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이다

헤일로 이펙트 by 필 로젠츠바이크
Sep 11, 2023
불안과 모호함은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이다

불안과 모호함은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나온다. 둘은 양자역학에 대해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보어는 양자역학의 선구자다. 그는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기존 물리학 (고전역학)과 다르게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아인슈타인은 위대한 물리학자다. 그는 과학 법칙은 예측 가능하고 명료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보어의 해석에 반대하며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그러자 보어는 아인슈타인에게 ‘신에게 참견하지 말라’고 일갈한다.
여러 실험을 통해 결국 보어의 해석이 맞는 것으로 드러났고, 양자역학으로 물리학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책을 읽는 내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생각났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상자를 열기 전까지 죽은 고양이와 살아 있는 고양이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실제로 시장에서 확인하기 전까지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중첩되어 있다. 확률로 존재할 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책 144쪽에 등장하는 마이클 포터는 경영학의 선구자다. 그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 기업 성과의 오직 30% 밖에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운칠기삼은 과학이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경영 작가다. 그는 비즈니스 세계에는 절대적인 법칙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아마 이 책을 보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반응할 것이다.
 
한편으로 경영 대학원 첫 학기에 들었던 경영전략 수업도 떠올랐다.
당시 처음 아니면 두 번째 수업에서 책 144쪽에 등장하는 맥가한과 포터 교수의 논문을 다뤘는데, 교수님이 이 책과 거의 같은 메시지를 말씀하셨다.
‘아무리 연구해도 기업의 경영 활동은 기껏해야 기업 성과의 30%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나머지 70%는 기업 외부 요소다.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도 결과가 안 좋을 수 있고, 나쁜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도 결과가 좋을 수 있다.’
‘그래서 결과만 보고 좋은 전략인지 아닌지 판단하면 안 된다. 과정을 들여다 봐야 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결과 안 좋다고 좌절하지 말고, 결과 좋다고 자만하지 말자.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좋은 선택’이란 무엇일까?
결국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는 선택이 없다는 것을,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게 시작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확실하고 명료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삶은 마치 ‘뒤로 걷기’와 같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과거 뿐,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불안하고 두렵다. 종교, 미신, 루틴 등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다. ‘누가 길 좀 알려줘!’
의지할 수 있는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선지자로 보이는 사람이 내뿜는 ‘후광’이다. 후광에 의지하면 길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결과 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성공담에 유혹 당하고 나중에 후회한다.
불안하고 모호하고 두려운 것. 그것이 삶이다. 불안과 모호함은 분명히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견뎌야 하는 것이다.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선택은 없다. ‘과정’이 좋은 선택은 있다. 두려움을 견뎌내고, 용기 있게 선택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가 ‘좋은 선택’ 아닐까?
 

책 구절 모음

우리는 본능적으로 확실하고 명료한 것을 좋아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존재다. 우리는 설명을 원한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길 원한다. 우리는 왜 레고가 난관에 부딪혔는지, 월마트가 그렇게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그럴 듯한 설명으로 안도감을 갖길 원한다. 따라서 우리는 회사가 길을 잃었다거나 표류했다고 이야기한다. - p.37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보고서와 이야기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할 책임이 있다. 사실을 조작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보고서에서 ‘긿을 잃다’, ‘표류하다’ 라는 용어 사용은 문제가 있다.
반면, 이야기는 자신의 삶이나 경험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식이다. 훌륭한 이야기는 사실을 얼마나 책임 있게 전달했는지가 아니라 사건을 만족스럽게 설명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레고에 관한 언론의 설명은 이야기로서는 훌륭하다. 독자는 문제점을 알고, 그럴듯한 설명을 듣고,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깔끔한 결론과 명확한 해결책이 제시된다.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은 없다. - p.44
 
수십 년 동안 성공을 거듭하는 황금 기업을 찾는 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지만, 경영자들이 간절히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불가항력적인 쇠퇴 및 사망의 운명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지 알고자 한다.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 즉 성공은 일시적이며 한때 잘 나가던 기업도 그 다음에는 주춤거린다는 이야기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 p.175
 
관심을 실행으로 돌리면 전략적 선택 문제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만다. 즉, 전략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실행을 문제 삼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좀 더 빨리 달릴 필요가 있다고 몰아붙이는 것이 쉽다.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시인하면 대대적인 구제책을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고통스럽다. - p.252
 

그래서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망상과 착각에 빠진다

이런 이야기는 과학이 아니다. 리처드 파인만은 카고컬트 과학이라는 아주 인상적인 문구를 사용했다.
(코코넛 헤드셋, 오두막 관제탑, 비행기 착륙 기다림) 형식은 완벽하다. 그러나 효과는 없다. 비행기는 한 대도 착륙하지 않는다. 모든 형식을 따랐지만 필수적인 요소를 빠뜨렸다. 이 때문에 비행기는 착륙하지 않는다.
카고컬트 과학이 아무런 효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관제사 복장에 코코넛 헤드셋을 쓰고 활주로 곁에서 끈기 있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 좀 더 나은 미래를 기다리는 희망 속에서 살 수 있고, 믿고 의지할 무언가를 가진 것에 만족할 수도 있으며, 초자연적인 힘에 다가갔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지 못한다. - p.45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들은 사람을 사건의 중심에 둔다. (귀인 오류) 상황이 좋을 때 우리는 칭찬을 늘어놓으며 영웅을 만든다. 그러나 상황이 나빠지면 비난을 쏟아내며 악당을 창출한다. 이런 이야기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수단 그리고 도덕적 책임을 귀속시킬 방법을 제공한다. - p.93
 
‘잘했다’고 칭찬받은 그룹은 구성원들이 아주 협력적이고 커뮤니케이션을 잘 했으며 동기부여가 잘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잘못했다’고 질책받은 그룹은 그 반대로 기술했다.
외부의 관측자건 참가자건 결과가 양호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의사결정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결과가 나쁘다고 믿는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 p.101
 
훌륭한 리더십은 실적자료 없이는 확인하기 매우 어려우므로, 리더십의 좋고 나쁨을 인식하는 것은 포르노를 정의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듯하다. 적어도 포르노는 보기만 하면 알았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리더를 보고 리더십이 좋은지 나쁜지 분간하지 못한다. 명확히 평가되는 실적자료가 있어야 리더십을 판단할 수 있다. 기업이 양호한 실적을 올린다는 증거를 확인하면 리더십을 비롯해 기업문화, 고객집중, 직원들의 자질 등에 대해 자신 있게 추론한다. - p.111
 
경쟁자의 수가 많고, 신규 경쟁자의 진입 장벽이 낮고, 기술이 빠르게 변할수록 지속적 성공은 점점 어려워진다. 사업 성과의 일부 요인이 우리 통제권 밖에 있다는 의미이므로 마음이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적의 상대적인 속성을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편이 훨씬 매력적이다. 경쟁사가 무엇을 하든 관계 없이 몇 가지 비책을 따르면 고성과를 달성한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매력적인 이야기가 된다. - p.195
 
‘절대적 성과의 망상’은 사업의 성패가 항상 경쟁환경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든다. 사업의 성공은 그냥 일을 잘 하는 게 아니라 경쟁자보다 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과 역전의 망상’은 원인과 결과, 행동과 결론을 혼동시킨다. 크게 성공한 기업들을 조사하고 성공의 방식을 답습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성공 원리의 망상’은 비즈니스 세계가 예측 가능하고, 일련의 행동이 모든 환경에서 통용된다는 믿음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함의 매력을 지니긴 하지만 사업의 복잡성을 올바르게 다루지 못하게 한다. - p.229
 

불안과 모호함은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견뎌야 하는 것이다

(장세진 교수님 수업에서 했던 이야기!)
맥가한과 포터 교수는 1981년 ~ 1994년 수천 개 미국 기업의 자료를 바탕으로 ‘집단 고유의 효과’가 사업단위 실적의 32%를 설명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작 32%였다. 나머지는 산업효과, 기업효과, 그 외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 p.144
 
good to great에서는 영광의 권좌로 유도하는 행동이 때로는 파멸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콜린스는 좋은 점만 지적하면서 경영자들에게 고슴도치가 되라고 주문했지만, 그에 수반한 위험은 경고하지 않았다. 이것은 아주 위험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양쪽 (고슴도치 vs 여우) 중에 한 쪽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
실제로 위대한 인물은 양쪽 그룹 모두에 있다. 플라톤 vs 아리스토텔레스, 단테 vs 셰익스피어, 도스토옢스키 vs 괴테 등. - p.207
 
우리는 비즈니스 세계가 우주적 질서에 의해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며 정확한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의문은 예측가능성이나 반복성과 부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조직성과에 관해 불변의 법칙을 도출했다는 모든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다. - p.210
 
그러한 전략을 택한 경영자들은 수많은 요인들을 평가해 경쟁자와의 차별화 방안을 결정했다. 우리가 이 결정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효했기 때문이지만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역사를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면, 완전히 확률적인 현상이었든 설명할 수 없는 변수였든 간에 ‘우연’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기술된다.”
하지만 우연은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뛰어난 비전가와 어리석은 도박꾼 사이의 차이는 사후 실적을 바탕으로 추론된 것이다. 사실 전략적 선택은 언제나 위험을 수반한다. - p.246
 
(장세진 교수님 수업에서 했던 이야기!)
만약 실패율이 너무 낮으면, 그것은 충분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것도 중대한 문제가 된다. 단지 한 번의 손실로 회사가 파탄나지 않으면 된다. 대규모의 고통스런 손실이 반드시 그릇된 의사결정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잘못된 의사결정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는 후광효과를 뛰어넘어야 한다. 최종 결과를 밀쳐놓고 의사결정과정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올바른 정보를 수집했는가? 일부 중요한 데이터를 간과하지는 않았는가? 가정이 합리적인가? 등등
이것은 추가적인 정신노동을 필요로 하며, 사후적인 추론보다 행동 그 자체의 장단점을 판단해야 한다. 이는 쉽지 않지만 아주 중요하다. - p.263
 
 

정리

  • 성공 기업 중에는 대담한 모험을 시도한 곳도 많지만, 모험을 건 도박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 사업물리학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사업을 잘 모르거나.물리학을 잘 모르거나 또는 양자 모두를 잘 모른다.
  • 성공 비결을 탐구하는 작업은 비즈니스 세계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며, 연구자에 대해서만 수많은 말을 쏟아낸다. 즉, 확실성에 대한 연구자의 열망 및 희망에 대해서만 무수히 이야기한다.
위와 같은 망상들을 떨쳐버린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명한경영자라면 고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접근해야 한다.
  • 훌륭한 전략은 언제나 위험을 수반한다. 자신의 전략이 바보도 실수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 스스로가 바보인 셈이다.
  • 실행도 확실하지 않다. 한 기업에서 효과가 있던 관행도 다른 기업에서는 상이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 운이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성공한 경영자들이 통상적으로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 투입과 결과 사이의 연결고리는 약하다. 부진한 성과가 언제나 경영자의 실수 때문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훌륭한 성과 역시 항상 경영자들이 현명하게 행동했음을 뜻하지도 않는다.
  • 독하지만 일단 주사위를 던졌다면, 최고의 경영자는 운이 전혀 관계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들은 일관성과 집요함으로 무장해 만사를 처리한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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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둔도사 🐻